Written by | 지역 이슈

청주시 흥덕구의 쓰레기 매립장 그리고 그 후

 

청주 흥덕구 문암에 위치하고 있는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는 청주의 환경을 책임지는 생태공원이 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의미 있는 공간이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이곳은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어느새 쓰레기 매립지에서 생태공원으로 180도 변화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쓰레기 매립지였던 시절에 겪은 주민들의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이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으로 참여하면서 팀으로 모인 작가 선생님들과 이곳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흥덕구의 어르신들과 매주 마주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이해는 청주에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문암은 예전에 그린벨트로 묶여있었지만 당시 관계자들이 주민들을 설득시켜 그린벨트를 풀어달라는 민원을 넣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주민들은 시에 건의해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그 땅이 갑자기 쓰레기 매립지가 되어버렸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것이 흥덕구 주민들이 10년 가까이 온갖 악취, 오물, 구더기, 파리와 싸우게 된 시작이다. 문암 마을에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설 때에는 문암, 원평 1구, 2구, 상신, 화개, 내곡, 송절 이렇게 7마을이 협의회를 꾸려 관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협의회 임원들은 주민들의 시달림과 협박도 많이 받았지만 어쨌든 결국 쓰레기 매립지가 유야무야 들어서게 되었다. 그 당시 상황을 원평 마을의 정씨 할아버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신다. “그때 반대할 적에도 대단 했어요 거기 이제 쓰레기 매립장이라서 뭐, 결사반대니 뭐니 플래카드가 뭐 저 시에서도 나오고 소방서도 나오고, 그 경찰들도 나오고 뭐 이렇게 하니께 충돌들도 있었고, 많이 있었어요. 그 때는, 그 시방 지금 쓰레기 매립장은 이짝에 그 정문이 아니라 이짝에 어디냐 거기가 문암 그 캠핑장! 캠핑장 있는데 거기 앞이 그때는 거기가 정문이었지, 플래카드 막 난리 났었지 그래서 여기 7개 부락 주민들이 다나갔었고 그래서 결사반대 막 하고 그랬지” 용역회사 일을 하시던 할아버님께서는 당시 집회에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그 당시의 일을 차분하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신다. 우리의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주신 어르신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마을 분들은 우리를 시의 관계자로 아시고 “하고 싶은 이야기 없다. 매번 찾아오면 뭐 하냐 해줄 것도 없으면서” 라며 문전박대 하신다. 쓰레기 매립지가 마을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음이 많이 갈라지고, 서로 상처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 감정의 골은 상상 이상으로 깊어보였다.

우리는 당시의 피해를 겪지 못했고,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어, 어르신들이 담담하게 해주시는 이야기를 그저 들었을 뿐이지만 실제로 그들이 느꼈을 피해를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당시의 기억에 모두들 악취를 불편함의 1순위로 꼽는다. 한 여름에 코를 찌르는 악취, 계속 새어나오는 오물들, 파리와 구더기들은 집안에 들끓고 그것도 모자라 매 끼니마다 밥상위에 파리들이 너도 나도 모여드는 현실. 게다가 지하수가 오염되어 식수로 먹을 물도 마땅치 않았다. 시에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조금씩 불편요소를 개선해 상수도도 세워 주었지만 결국 그 사이에 오염된 물을 마시는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당시 시에서는 자그마한 에어컨을 설치해주고, 보일러와 심야전기를 지원해주고 매년 살충제를 일정량 지원해 줬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쓰레기장을 바로 옆에 끼고 사는 주민들의 피해는 해소되지 않았다. 10년의 세월을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니 어느새 쓰레기 매립장은 사라지고, 생태공원이 되었다. 어른들은 당시의 불편함에 혀를 내두르시면 서도 이제는 훨씬 살기 좋아 다행이라며 즐겁게 웃으신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공원이 되었으니 모두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어르신들은 생태공원에 바라는 점도 갖고 계셨다. 상신리 마을회관의 총무를 맡고 있는 할아버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문암 그 생태공원, 그전에 쓰레기 매립지에 비해 요즘은 뭐 고기도 구워 먹고, 자전거도 타고, 참 잘해 놨더라고, 잘해놨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근데 이제 생태 공원을 만들어 놨는데 어떤 젊은이들의 광장이 되어 버렸지 뭐 실제로 지역주민이라면 그렇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전부 다 나이들이 많으시고, 그런 분들한테는 실제로는 이름만 공원이지 거기 가서 이제 참 걷고 이래하면 참 좋아요 근데 너무 멀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연 같은 것이 많이 있으면 좋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있어요.”

시의원을 지내셨다는 강씨 할아버님은 “생태공원 거기 잘못한 거여 거기 농산물 도매시장이 거기 들어앉아야 될 자리유 거기가. 그래야만이 삼척, 오창 저기 저 뭐 오성 거기도 좋고, 옥산 거기 다 저위에 문암 거기 농산물 도매시장이 들어가야 될 자리를 갖다 생태공원을 맨들어가지고 말이여, 뭐 지역주민들 뭐 함께하기는 뭐 가지도 못 하잖여 시내서는 자꾸 나와서 텐트치고 뭐, 맨날 불고기잔치 하고 말이여 그게 농촌생활하고 맞지가 않는 거여 그게 사실은”이라며 목소리 높여 본인의 의견을 말씀하셨다.

어르신들은 생태공원이 생긴 현재가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과거보다 월등히 살기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 하시지만, ‘공원’이라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특성을 가진 공간에 어르신들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셨다. 또 농촌을 끼고 있는 공원인 만큼 그 특색을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신 것 같았다. 이런 의견은 모든 마을에서 거의 대부분 같았다. 처음 생겼을 때 두어 번 가봤지만 그 뒤로는 걸어가기엔 멀기도 하고, 참여하고 즐길만한 프로그램이 부족해 자주 찾지 않게 된다는 것 이었다.

흥덕구의 어르신들은 지나온 역사를 소중히 기억하고, 오물과 악취라는 불편을 묵묵히 감수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 내시며, 새로운 편의시설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더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청주시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가는 청주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Last modified: 2018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