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 미술 밖 사설

광합성 동물 김씨의 식물이야기

자연이 날아들다.

 

여름에는 더워 죽겠고, 겨울은 추워 죽겠는데 실제로 더워 죽는 사람이랑 추워 죽는 사람 어느 쪽이 더 많을까요? 이 물음에 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위나 추위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주관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후 측면에서 봤을 때는 기온이 1도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쪽이 자연계에서 피해는 더 크다고 하네요. 눈이 녹는 것을 보면 요즘의 겨울은 예전처럼 춥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추워 죽겠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날이 예전처럼 춥지 않다고 해도 겨울은 늘 혹독한 법이죠. 식물의 경우에는 날이 추우면 얼어버리기 때문에 겨울에 대한 대비를 아주 잘 해야 됩니다. 나무는 약한 잎을 떨구고 줄기가 얼지 않도록 부동액을 채워 두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늘 푸른 잎을 지닌 나무는 겨울에도 광합성을 할 수 있지만 잎이 추위에 잘 견딜 수 있게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 잎도 봄이 오면 새 잎으로 바뀌야하죠. 물론 너무 추운 곳에서는 아무리 잎의 겉면이 단단해도 견딜 수 없으니 추위도 적당해야합니다. 한해살이풀은 겨울을 날 필요가 없지만, 여러해살이풀은 양분을 뿌리에 내리고 지상부는 고사시켜버립니다. 냉이 같은 해넘이살이풀은 땅바닥에 아주 바짝 붙어서 겨울을 나기도 하죠.

스스로 양분을 만들 수 없는 동물의 겨울나기도 아주 다양합니다. 어떤 곤충은 알을 남겨 다음 세대를 준비하지만 겨울을 지내야하는 곤충은 낙엽 아래나 땅 속 등 최대한 몸이 얼지 않을 장소를 찾아 겨울을 이겨내야 합니다. 사람이나 다람쥐처럼 겨울 양식을 저장하지 못하는 큰 동물은 가을철 최대한 에너지를 몸에 저장하고 활동을 최대한 줄여 겨울을 이겨내거나, 겨우내 먹이를 찾아 떠돌아야하죠. 과거 자기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던 동물은 먹이 경쟁에 유리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나타나서 자기들 멋대로 “내 땅이다.”라면서 동물을 쫒아내죠. 인간은 원래 영역의 주인인 동물과 협의 따위를 하지 않으니 원래 영토 소유자 입장에서는 굉장하게 억울할 것 같습니다.

이동이 조금 더 자유로운 새는 먹이터를 찾아 나서기가 쉽습니다. 아주 먼곳을 날기도 하죠. 제비의 예를 본다면, 이 녀석들은 우리나라에서 인간과 관계가 아주 좋은 편이어서 인간의 집에 둥지를 만들어도 해코지를 당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인간의 집에 만드는 둥지는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알과 새끼가 안전하므로 번식에는 최적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먹이가 되는 곤충의 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곤충이 많은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야하죠.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의식주인 것처럼 야생동물도 식과 주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다르지 않습니다. 털옷이야 늘 입고 있으니 의는 선택사항이 아니겠지만요. 제비와는 반대로 겨울에 찾는 새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두루미와 기러기류 등이 대표적이죠. 이 녀석들은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낙곡이나 벼 부스러기, 강가의 작은 갑각류, 풀의 겨울나기용 알뿌리 등을 캐 먹기 때문에 농경지가 넓고 뻘이 있는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은 좋은 먹이터입니다. 사람 때문에 야생동물의 일부 종이 멸종에 몰리는 경우도 있긴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농토를 먹이터로 삼는 동물이 있다는 점이 재밌기도 합니다. 나름 공진화의 관계라고 할까요? 인간이 없어지면 삶이 더 팍팍해지는 동물이 생길지, 아니면 나름의 생존 방법을 쉽게 찾아낼지도 궁금하군요. 적어도 제비나 농지를 먹이터로 삼는 동물에게 인간은 애증의 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요즘 야생조류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문제죠. 새를 사랑하는 분들이나 새 사진을 열심히 담으러 다니는 분들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당연하게 “조류독감의 문제는 가금류의 위생 문제이지, 야생조류가 원인이 아니다.”라고 야생조류를 변호하기도 합니다. 인간도 늘 감기바이러스를 몸에 품고 있는 것처럼 야생조류도 마찬가지일테니, 조류독감의 원인이 야생조류 탓이라고 하면 굉장히 억울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야생조류가 많이 도래하지 않는 지역 가금류 조류에게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조류독감의 이유가 꼭 야생조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말이죠.

어쨌든 인간은 영토를 빼앗아 갈때도 그랬지만 오해하는 것도 자기들 멋대로입니다. 오해를 하건말건 야생조류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날아드는 하늘에 경계선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녀석들은 먹이가 있고 평안한 장소가 있으면 부지런히 날아들껍니다. 더구나 “조류독감 위험으로 야생조류 접근 금지”를 스스로 해주니 오히려 감사한 일이죠. 인간은 더욱 야생조류에 대해 경계를 하겠지만, 그 덕에 이곳이 안전한 먹이터라고 소문이 나면 날아드는 야생조류는 더욱 늘어나게 될것입니다.

Last modified: 2018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