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 미술 밖 사설

광합성 동물 김씨의 식물이야기

자연, 재밌는 이야기

 

옛날 한 산골에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자식은 11명이나 되었고, 아내는 몸져 누워 있었습니다.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맏딸은 쑥 같은 나물을 뜯으러 다닌 탓에 사람들은 쑥 캐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라 하여 쑥부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날 숲속에서 사냥꾼에 쫒겨 다친 노루를 만나게 되고 쑥부쟁이는 그 노루를 정성껏 치료해주었습니다. 노루는 감사의 표시로 비단주머니를 하나 주었는데, 노란 구슬 세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고 노루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다리를 다쳐 쓰러져 있는 사냥꾼을 발견하고 그를 구해주게 되었습니다. 정성껏 간병하던 중 둘은 서로 좋아하게 되었고, 사냥꾼은 자기는 큰 도시의 아무개 첨지의 아들이라면서 도시로 내려가면 꼭 신부로 맞이하러 오겠노라 하고 도시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몇 년이나 지났지만, 사냥꾼은 오지 않았고 어머니의 병환은 더 나빠졌습니다. 쑥부쟁이는 노루가 준 구슬을 생각해 내고 구슬 하나를 물며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병이 싹 낫는 것입니다. 쑥부쟁이는 두 번째 구슬을 물고 사무치게 그리웠던 사냥꾼을 보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짠~ 하고 사냥꾼이 나타났지만 그는 이미 도시에서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사냥꾼은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고 쑥부쟁이는 도심에 있을 그의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여 세 번째 소원으로 그를 돌려 보내줬습니다. 그 후에도 그 사냥꾼을 그리워하다 벼랑에 떨어져 죽었는데 그곳에서 꽃이 피게 되었고, 마치 쑥부쟁이가 입에 노란구슬을 물고 있던 모습과 닮아 있어 그 꽃을 쑥부쟁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재밌으셨나요?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하면 식물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위 쑥부쟁이의 이야기 역시 단골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식물 이름에 붙은 이야기들은 대부분 누군가 죽어야 끝납니다. 막내딸을 찾아가다 할머니가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할미꽃이며, 추운 겨울 먹을거리를 찾아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동자꽃, 오빠를 기다리다 꽃이 되어버린 도라지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다 거짓말입니다. 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름에 맞춰진 이야기가 생기는 일은 있지만, 이야기 때문에 이름이 붙는 경우는 없습니다. 가령 쑥부쟁이는 쑥을 닮은 부지깽이나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명확한 유래는 미상입니다), 할미꽃은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한 것이 아니라 열매가 할머니의 머리를 풀어 헤친 것과 같다하여 백두옹[白頭翁]인 것이 할미꽃이 되었습니다. 도루묵이나 상수리나무의 이야기를 함께 보면 더 재밌습니다. 선조가 몽진을 할 때 맛나게 먹었던 목어라는 생선에 은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가 궁에 가서 먹으니 맛이 없어 “도루 목어라 하여라”라고 하여 도루묵이 되었다던가, 맛있게 먹던 묵이 상에 항상 올라와 상수라가 상수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라가 풍전등화였는데, 임금님이 맛 기행을 다닌 듯한 이야기죠. 전쟁통 조선시대에 동해에서 나는 도루묵을 의주에서 맛봤을리도 없거니와, “그 묵이 매일 수라상에 올랐대. 그럼 우리 그 나무 상수리나무라고하자”라고 했을리는 더욱 없겠죠. 모두 이야기에 맞춰 만들어낸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전해 내려오다가 원래와 달라져버린 재밌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죠. 물론 태어난지 하루된 강아지는 눈도 안 떴으니 범을 무서워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 속담이 담고 싶은 뜻은 세상 물정 모르고 어리석게 덤비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눈도 못뜬 강아지를 비유하는건 어딘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원래 이 속담의 정확한 말은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였습니다. 하릅이란 동물, 가축 따위의 한살을 이야기하는데,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한살 먹은 강아지가 호랑이를 몰라보고 덤빈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속담이었죠. 그게 속담을 정리하여 묶던 중 잘못 쓰여(혹은 정리하신 분이 잘못 아셨을지도) 하룻강아지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릅강아지야 그렇다쳐도 이름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는 정설로 굳게 믿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저희 같이 생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쪽이 전문분야가 아니거나, 흥미를 조금 갖어볼까 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저런 이야기는 아주 재밌는 양념이 되겠지요. 이야기가 먼저인지, 이름이 먼저인지만 알고 있다면 말입니다.

Last modified: 2018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