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 인터뷰

젊은 도예에 묻다.

이 반 디_ 도예작가

 

나에게 도예작업을 한다는 것은?

2000년도 대학에 입학하여 도예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도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하지 못한채 90년대 초반 흥행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의 로맨틱한 장면만 떠올리며 막연하게 입학한 도예과에서는 생각보다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도예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인 도제교육의 잔재도 남아있었고 무엇보다도 선·후배간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기초적인 조형연구와 디자인개발, 그리고 무엇보다 도자기술교육을 중점적으로 받았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창의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흙을 다루고 불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이 필수였습니다. 여러 밤을 지새우며 정성껏 만든 작품이 1200도가 넘는 불에서 견디지 못하여 깨지는 경우도 많았고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효과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도자작업에 매력을 느껴 흙을 손에서 떼지 못한 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과거 전통도예의 맥을 재해석하고 현대적인 도예의 흐름을 파악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미술 속에서 도예가 갖고 있는 정체성과 도자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작업을 하며 과거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와 장인정신을 생각하고 이 시대에 걸 맞는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인천은 한국 도자사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려초에 서민들이 사용하던 녹청자를 제작하던 가마터가 현재까지 남아 있고 한국 현대도예 1세대 작가인 김석환선생, 녹청자의 현대화를 시도하였던 이부웅선생의 고향입니다. 또한 현재 인천현대도예가회를 중심으로 많은 도예가들이 활발히 작업을 하고 있고 매년 인천도자기축제를 개최하여 전시, 홍보, 체험 등을 실시하며 인천시민들과 함께 도예축제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역입니다. 현재 계획 중에 있지만 향후 몇 년안에 경서동 녹청자가마터를 중심으로 인천지역 도예가들이 모여 도예촌을 형성하여 인천의 녹청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새로운 인천의 도자문화를 형성하여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 가능성이 큰 인천지역에서 도예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작업을 하는가?

학부와 대학원 시절 조선백자에 큰 매력을 느껴 조선시대 제작되었던 용기(容器)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백자오브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아하고 절제되었지만 맑고 힘있는 형태에 쓰임이 가미된 백자그릇이야 말로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흙보다도 다루기가 힘들고 맑고 청아한 백색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지만 물레를 돌리고 깎으며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상적인 세계가 담겨있는 내면의 백색공간이 형성됩니다. 항아리, 접시, 병, 합 등 우리네 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고 늘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그 오브제가 갖고 있는 미학적인 효과와 절제된 힘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백토(白土)가 대부분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백토광이 점차 고갈됨에 따라 질 좋은 백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가족이 바라보는 작가로써의 본인의 모습은?

저는 그림을 그리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렸을 적 늘 작업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동경해왔고 입시미술을 준비하던 고교시절부터 박사과정에 이르는 현재까지 작업에 대한 아버지의 조언과 충고를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 가족들은 모두 창작활동에 대해 이해가 높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힘들고 어렵게 작업을 하는 주위 작가 분들에 비해 저는 가족들의 많은 이해와 풍족한 여건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우리 선조 도공들은 분업화 된 시스템 속에서 도자기제작을 하였습니다. 각자의 역할에는 흙만을 수비하는 사람이 있고 물레만 돌리는 사람, 그리고 불만을 지피는 사람 등 제작과정이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자기역할을 충실히 하였습니다. 이렇게 굳건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자기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세계적인 명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선조 도공들은 비록 자신의 생활을 위해 흙을 밟고 물레를 돌렸을지언정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뛰어난 지혜와 굳건한 장인정신은 이 현대사회가 본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현대미술 속에서 도예의 역할과 표현이 과거 전통도예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선조 도공들의 기본적인 작가정신과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대변하고 우리의 생활을 보다 가치 있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Last modified: 2018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