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 미술 밖 사설

광합성 동물 김씨의 식물이야기

자연을 마주보다

 

식물을 조사하다보면 종종 아직 만나지 못했던 녀석도 만나게 됩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것은 바로 이때를 위해서죠. 처음 생태공부를 하고 카메라를 샀을 때는 정말 많은 사진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즐거웠던 나들이가 일이 되면서 느긋하게 관찰할 시간도 없어졌고,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는 것조차 귀찮아졌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것과의 만남은 늘 설레이죠. 우리나라의 식물이 대략 5천여 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도 만나지 못한 녀석이 굉장히 많습니다. 비록 식물쟁이지만, 곤충이나 새 같은 동물에 대한 만남도 즐겁습니다.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으면 그리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카메라는 필수입니다. 사진을 담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더 예쁘게, 더 선명하게, 남들이 못본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디지털 자동카메라에 우연히 담았던 나비의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카메라를 사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꽃, 화려한 곤충을 담는 재미가 컸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도 즐거웠습니다. 다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풀을 밟혀 있었고, 동물은 저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발아래 식물까지 피해 다닐 수는 없고, 주 피사체를 가리고 있는 것을 제거하고 싶은 욕심은 끊임없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언젠가 보고 싶은 꽃이 있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꽃 출사지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화려하게 많은 꽃이 피어 있어 잠시 행복했습니다. 꽃만큼 사람도 많더군요. 좋은 사진을 위해 좋은 햇볕을 기다리며 담배를 태우시는 분, 영롱하게 맺힌 이슬을 표현하고자 분무기를 준비하신 분, 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주변의 낙엽을 걷어내고 이끼를 뜯어와 깔아주시는 분. 오래전에 아는 분이 새사진 찍는 것에 푹 빠지신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소문을 들으니 동백꽃에 앉은 동박새 촬영을 하고 싶어서 몇몇 분들이 돈을 모아 큰 동백나무 화분과 동박새를 구매하였다고 합니다. 그걸 비닐하우스에 넣고 결국 촬영에 성공하셨다는군요. 그 얘길 들은 주변 분들은 하나같이 정신 나간 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사진을 찍어야하냐는 거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한 사진작가가 둥지의 어린새를 꺼내 접착제를 이용해 나무에 붙이고 어미새가 안달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은 사건은 꽤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문제가 되자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보아달라고 했죠. 그럴꺼면 굳이 야생에 있는 녀석을 괴롭혀가며 사진에 담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야생에 있는 꽃 주변을 정리하고 이끼를 까느니, 야생화 화분을 사서 원하는데로 연출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새끼 키우는 모습을 잘 담겠다고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자르는 행위나 둥지 밖으로 새끼를 꺼내 사진을 찍는 것 보다 비닐하우스 안의 동박새가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몇 년간 다양한 예술인들과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의외로 본인들은 생각 못하는 지점에서 굉장히 생태적인 작업을 하는 분도 계셨고, 자연에 잘 어루러진 작업을 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생태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태적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육을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말이죠. 우리는 종종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다는 핑계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생명입니다. 나라는 개체도 커다란 코끼리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곤충까지, 생명이 가진 무게는 모두 같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야할 것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었습니다만, 이제 자연 이야기는 한편을 남겨뒀습니다. 자연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자연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끝으로 마감하고 이후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Last modified: 2018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