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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그 작품이 있다.

-경기도미술관 12년 소장품 구매와 의미에 대하여-

 

2007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 2007 경기도미술관 신소장품전-작품의 재구성, 2008 경기도미술관 신소장품전-공공의 걸작, 2009 경기도미술관 신소장품전-오! 명화, 2010 경기도미술관 신소장품전-친절한 현대미술, 2014-2016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소장품, 미술관의 얼굴.

나열한 전시들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소장품 전시 목록이다.

숨 막히는 폭염에 무기력하게 녹아내리는 게으르고 흐리멍덩한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만에 경기도미술관에서 소장품 전시를 한다는 웹 홍보였다. 일주일에 몇 번씩 다녔던 옛 기억도 떠오르고 한동안 발길이 뜸했는데 문득 그동안 어떤 새로운 소장품들이 경기도미술관에 들어왔을까 궁금해졌다. 물론 <GMoMA 컬렉션 하이라이트> 전이 신소장품 전시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그간의 수집 목록이 궁금하기도 하고 미술관의 예술적인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 겸사겸사 이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지난 12년의 소장품 전시 목록과 자료를 훑어보면서 좋은 소장품의 의미와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미술관 소장품 수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심각해 보였다. 정확한 내부 사정이야 알 길 없지만, 위에서 나열한 전시만 잠깐 살펴보아도 2011년 이후의 소장품 구매는 거의 없었다. 단순하게 얼마나 좋은 작품들이 경기도미술관 수장고에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한 자료에서 점점 줄어드는 구매 작품 수와 점점 쪼그라드는 미술관의 소장품 정책의 역사와 방향성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수집된 218(*김은영 전 학예실장은 ‘2007년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의 수집과 방향’에서 212점이라고 언급) 중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 2007년 54, 2008년 92, 2009년 58, 2010년 30……그리고 2014년부터 2016년(*박우찬 학예실장은 전시 서문에서 2013년~2016년에 43점이라 언급)에 걸쳐 구매, 기증, 관리 전환한 작품 40을 2017년에 전시한 것이 신소장품 전시로는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경기도미술관은 2017년 기준으로 535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김홍희 관장 시기(2006-2010)에 산 소장품이 거의 주를 이루고 있고 최효준 관장 시기(2011-2014)는 소장품 구매가 거의 없다가 최은주 관장 시기(2015-현재)에는 구매 경로가 《2016 경기신진작가 작품공모전》, 《2016 아트경기 START UP》을 통해 구매한 작품 18점, 기증된 작품 8점, 경기창작센터로부터 관리 전환된 작품 14점 등으로 소장품 구매가 다양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미술관의 자구책처럼 보인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의 의미와 구매 방향성에 대해서는 2007년 <작품의 재구성> 전 서문에 작심하고 언급되었다.

“소장품은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케 하고 그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미술관 소장품은 공공의 문화적 자산일 뿐 아니라, 미술관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시대 미술의 범위를 한국의 예술적 실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로 설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술사적 가치가 검증된 역사적인 작품, 동시대 미술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 미술관 기획전 출품작 중 미술관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작품, 그리고 공모를 통해 지원한 작품 등 4가지 카테고리로 작품 수집 방향을 정했습니다.”

<작품의 재구성> 전에서는 신소장품과 기소장품을 대대적으로 전시하여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의 의미와 가치를 공식화하고 객관적인 공감의 장을 만들었다. 더불어 동시대 미술의 범위를 1950년대 이후로 설정하였고, 네 가지 수집 방향 설정과 연구의 결과물인 소장품을 전시하여 예술의 의미와 가치 규정의 공공의 잣대로서 미술관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물론 예술적 의미는 지속적인 연구와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에는 이러한 원칙을 발판 삼아 <공공의 걸작>, <오! 명화>라는 전시들이 만들어졌다. 2007년 첫 소장품전과는 달리 <작품의 재구성>, <공공의 걸작>, <오! 명화> 전은 다수의 큐레이터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동시대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면서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또한 소장품이 바로 그 미술관의 정체성과 미술사적 가치를 규정짓는 결과물이라는 점은 ‘걸작’, ‘명화’라는 전시의 이름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그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초기 경기도미술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던 시기를 지나 2011년 최효준 관장 시기에 이르면 소장품 구매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니 이 시기에 과연 경기도미술관은 어떤 미술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연구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이것은 최은주 관장 시기의 열악한 소장품 구매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아마도 대부분은 예산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하겠지만 예산과 정책담당자들이 소장품의 의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식과 시각을 가졌는지 오히려 역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료에서 드러났듯이 세 명의 관장의 재임 시기와 소장품 관련 정책이 확연히 차이가 나면서 편의상 3기로 나누어 언급했지만 길어야 4년을 일하는 한 개인에게 미술관의 얼굴과 정체성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롯이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맡기기보다는 미술관의 소장품이 그곳의 문화적 가치와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을 이제는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람에 의해 널뛰는 요소가 아닌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만드는 중요한 원칙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소장품 구매와 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와 시행을 점검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GMoMA 컬렉션 하이라이트> 전에서는 경기도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25점을 선정하여 전시하였는데 막상 작품들을 보니 왠지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다시 보니 반갑지만 매년 새로운 소장품으로 동시대 미술의 의미와 변화를 엿볼 기회는 점점 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씁쓸했다. ‘좋은 소장품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쓰려고 했던 첫 마음은 ‘소장품 구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글로 변했지만, 소장품은 미술관의 정체성이고 미술관이 있는 경기도의 공공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에 미술관의 소장품 정책을 이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그곳에 가면 딱 트인 하늘과 넓은 호수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좋은 소장품이 있는 경기도미술관이 되기를 바란다. 그 작품 때문에 발품을 팔아 그곳을 찾는 경기도미술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Last modified: 2018년 1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