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총람- 목요학습 61

문화유전자 밈

 Meme 文化基因

 

런던의 지식인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17세기의 런던에 여러 개의 커피하우스(coffee house)가 생긴 다음이었다.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영국인들은 이국적인 감성으로 커피를 마셨고, 항해이야기, 모험담, 식민지 건설, 종교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뿐 아니라 예술가, 정치인, 학자들이 이 새로운 문화를 즐겼으며 철학적이거나 비판적인 담론을 주고받았다. 커피하우스는 단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었고 이국적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인 동시에 살롱과 같은 사교의 장소였으며 사유의 도서관이었다. 이것은 15세기 터키의 카흐베하네(Kahvehane) 즉 터키식 커피하우스와 유사한 것으로 커피와 커피문화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이었다.

이스탄불이나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여러 지역과 국가로 퍼져나가면서 각기 독특한 문화현상을 연출했다. 이후 커피하우스는 서구유럽은 물론이고 남북 아메리카와 아시아에까지 유행하게 되었다. 여기서 ‘문화도 유전되는 것인가?’와 ‘문화도 유전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대두한다. ‘그렇다’라는 것이 문화진화론이고, 그 이론에서 말하는 문화의 DNA가 밈이다. 한 사회에는 언어, 행위, 생각, 관습 등과 같은 문화적 밈이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 Dawkins, 1941 ~ )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밈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문화예술 역시 생물의 유전법칙에 따라서 DNA가 보존되고 확산되는데 그러한 문화적 유전자를 도킨스는 밈(meme)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전자 진(gene)의 구조를 차용하여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이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여기서 ‘이기적 유전자를 통하여 문화도 생물처럼 유전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킨스는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밈의 예로 들었는데 예술에서도 어떤 형식이나 경향 또는 사조가 존재하고 또 유전된다는 관점은 무리한 것이 아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문화예술도 자연과 마찬가지의 생태적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선택에 따르는 유기체(有機體)이다. 그리고 유전자를 물려주고 확산시킴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생명체다. 그런데 생물의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전자 역시 목적도 없고 결과에도 상관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일만을 하는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다. 가령 음악의 형식이나 미술의 기법은 예술의 형식으로 전승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가진 유전자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복제되고 전파된다. 어떤 생각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기를 확대재생산하고 복제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유전자 밈은 생물학적 유전인자가 아닌 인간의 두뇌와 감정을 통하여 모방되고 복제된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니까 밈은 두뇌의 신경계에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이 도킨스의 관점이다. 가령 한국의 판화가 이철수의 그림이 모방된다든가, 청소년들이 금색 머리를 하는 것 등도 문화예술유전자인 밈의 전파력 때문이다. 이철수의 그림은 새로운 유전자의 탄생과 같은 것으로 그 유전자가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와 더불어 중요한 생태변화다. 이처럼 문화유전자가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것은 생물유전자의 생존방식과 유사하다. 그 문화적 유전자인 밈이 유익하고, 전파력이 강한 동시에 예술적이라면 누군가에 의해서 모방되거나 전파될 것이다. 가령 아버지의 언행을 아들이 모방하거나 어머니의 취향을 딸이 가지는 것 역시 생물유전자와 다른 문화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DNA라고 할 수 있는 밈은 탄생, 전파, 보편, 소멸과 같은 유기체의 생명을 가진다. 그 문화예술의 유전자는 인간의 정신, 마음, 두뇌, 신체를 통해서 유전되거나 전이된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진화론과 유전학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문화는 무기체(無機體)라는 것을 부정하면서 문화예술을 유기체(有機體)로 본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한 이론이다. 특히 문화예술에서도 진화법칙에 따라서 진화한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생명체와 같은 주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문화예술 역시 유전자를 가진 독자적인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밈 이론에 대한 논란은, 첫째 생물학적 유전자인 진(gene)과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은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둘째, 문화예술의 경우에는 모방과 영향으로 보아야 하며 과학적 규칙성을 전제로 하는 유전학의 개념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에 모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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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정확하게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참고문헌 Richard Dawkins, The Selfish Gen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p.189.

*참조 <문화>, <이기적 유전자>

Last modified: 2018년 9월 6일